2025년 여름, 손흥민의 선택지
나를 비롯한 많은 축구 팬들은 TV에서 나오는 이 자막에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자랑스러움과 아쉬움.
이 두 감정이 축구 팬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감정일 것이다.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축구 팬들은 이제 손흥민의 마지막 단계는 레알 마드리드 하나 남았다며, 그가 지구방위대의 일원이 된다는 것에 큰 기대감을 가졌다. 호쾌한 슈팅과 빠른 스피드를 토대로 한 역습 전술 장인, 아시아 출신의 월드클래스 선수, 게다가 비니시우스(Vinicius. JR)라는 선수가 대성하기까지 레알 마드리드의 LW는 무주공산이었다. 사디오 마네(Sadio Mane)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 레알 마드리드가 손흥민에 관해 관심이 있었음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지금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아 캡틴으로서 또 다른 도전을 진행중이다. 필자가 글을 쓰는 지금은 손흥민의 계약 기간이 약 1년 3개월 남은 시점. 최근 손흥민에 대한 이적 기사가 다시금 나오고 있다. 손흥민은 과연 이적을 감행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까?
손흥민의 이적설에 필자를 포함한 많은 축구 팬들은 또 다시 흥분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손흥민을 보자면, 몸 관리가 우선 된다면 여전한 활약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스텍 축구 전술상, 손흥민은 10살 정도 어린 선수들의 활동량을 요구 받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따라서 로테이션을 통한 관리가 우선 되면, 여전히 톱클래스 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고 본다. 과연 2025년 손흥민은 어떤 선택을 할까? 손흥민이 선택할 수 있는 3가지를 추측해 본다.
1. 유럽 내 한 단계 높은 팀으로 이적 | 2. 토트넘 잔류 | 3. MLS 이적 |
1. 유럽 내 한 단계 높은 팀으로 이적
사실 손흥민급의 선수는 유럽 어디서든 뛸 수 있다. 그러나, 토트넘보다 한 단계 높은 팀으로 이적을 감행할 경우 전처럼 확실한 주전 보장은 어렵다. 현대 축구는 좀 더 어린 나이에 전성기가 진행되고, 클럽은 더욱 어린 선수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손흥민의 몸도 전과 같지 않다. 예전에는 뛸수록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손흥민이라면, 지금은 쉬어야 더 잘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손흥민이다.
그렇다면 손흥민이 이적할 수 있으면서, 여전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팀을 2개 정도 꼽아보았다.
(1) 바이에른 뮌헨(Bayern Munich)
손흥민을 뮌헨에 어울리는 팀으로 놓은 이유는 크게 3가지다.
(ㄱ) 멀티 공격수 & 경쟁력 우위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진은 네임드 선수로 즐비하지만, 나이가 많고 전보다 공격성은 약해진 선수들이 많다. 르로이 사네(Leroy Sane), 그나브리(Serge Gnabry), 토마스 뮐러(Thomas Muller), 킹슬리 코망(Kingsley Coman) 등은 실제 올 시즌 기록이 증명한다.
< 뮌헨 2선 자원, '25. 3. 14. 기준 >
르로이 사네 | 세르쥬 그나브리 | 토마스 뮐러 | 킹슬리 코망 | 자말 무시알라 | 마이클 올리세 | |
나이 | 29세 (1996년생) |
30세 (1995년생) |
36세 (1989년생) |
29세 (1996년생) |
22세 (2003년생) |
24세 (2001년생) |
국적 | 독일 | 독일 | 독일 | 프랑스 | 독일 | 프랑스 |
주포지션 | RW, LW | LW, RW | SS, RW | LW, RW | AM | RW |
올시즌 리그 기록 | 6골 4어시스트 | 5골 3어시스트 | 1골 3어시스트 | 4골 4어시스트 | 11골 3어시스트 | 8골 8어시스트 |
계약기간 | ~ '25. 6월 | ~ '26. 6월 | ~ '25. 6월 | ~ '27. 6월 | ~ '30. 6월 | ~ '29. 6월 |
* 손흥민 올 시즌 리그 기록('25. 3. 14. 기준) : 7골 9어시스트
프리미어리그가 분데스리가보다 조금 더 상위리그라고 본다면, 손흥민의 기록은 동 포지션 선수들보다 여전히 우위에 있다. 물론 지금의 손흥민은 예전처럼 파괴력 있는 돌파와 스피드로 상대를 압도하지는 않는다. 다만 경험이 늘고 시야가 트이면서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은 배가 됐다. 4-2-3-1 전형을 기반으로 하는 뮌헨 전술상 손흥민은 공격진 전방위에서 활약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여전한 슈팅력과 높은 xG값, 그리고 해리 케인과의 호흡은 분데스리가를 넘어 유럽을 평정할 수 있는 여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네와 그나브리, 코망과의 경쟁에서 당연히 앞설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해리 케인의 부재 시 원톱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 충분한 출전 시간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ㄴ) 수월한 리그 & 팀 적응
이미 독일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165경기, 49골을 기록한 손흥민이다. 독일 생활과 리그에 대한 적응은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선수 본인은 독일보다 영국에서의 삶을 더 선호하는 듯하지만, 도전에 대한 동기부여가 크다면 과거 독일 생활은 큰 경험이 될 것이다. 또한 해리 케인, 김민재 등 같이 생활한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힘과 스피드를 기반으로 한 4-2-3-1의 뮌헨 전술에도 녹아들기 수월할 것이라고 본다. 손흥민은 늘 스리백보다 포백에서, 투톱보다 스리톱에서 능력이 배가됐다. 공간이 많을 때의 손흥민은 늘 무서운 존재니까.
(ㄷ) 동기부여
올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여부는 손흥민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일정이다.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우승을 성공시킨다면, 또 다른 도전을 위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우승하지 못한다면, 트로피에 대한 갈망이 이적 촉매제가 될 것이다. 바이언은 이 갈망을 현실로 바꾸기에 좋은 팀이다. 최근 레버쿠젠이 견제 역할을 하지만, 독일에서 바이언의 우승 확률은 항상 최상단에 위치한다.
< 종합 >
- 물론 공격진 보강을 원하는 뮌헨의 최우선 타켓은 플로리안 비르츠(Florian Wirtz)이다. 비르츠와 무시알라를 축으로 공격진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으나, 윙어 포지션의 다른 고연봉 선수들이 몸값을 못 하고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손흥민은 분명 매력적인 카드다. 여전한 실력, 선수 본인의 동기부여, 그리고 아시아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마케팅 측면에서 손흥민은 바이언에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 많다. 이적 확률이 가장 높은 팀으로 꼽은 이유다.
(2) 맨체스터 시티(Manchester City)
아모림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슬롯의 리버풀 등은 전술과 주력 선수로 인해 손흥민의 이적이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Big6 중 아스날과 첼시는 미스터 토트넘으로서 이적을 꿈꾸기 어렵다. 지금까지 이적 루머로 맨시티가 등장하지 않았으나, 맨시티와 손흥민. 서로 원할 수 있는 그림이다. 이번 여름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한 맨시티로서는 향후 2년 가까이 알토란 역할을 할 수 있는 손흥민은 좋은 카드다.
(ㄱ) 멀티 공격수 & 경쟁력 우위
맨시티는 기본적으로 4-1-4-1, 4-2-3-1 포메이션을 주력으로 한다. 윙어가 꼭 필요한 전술이다. 맨시티 전술상 양쪽 윙어에게 드리블은 필수 능력이다. 제레미 도쿠, 사비뉴 등은 강력한 드리블을 무기로 하지만, 윙어에게 요구되는 다른 공격적인 부분들은 모두 낙제점이다. 펩이 언제까지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을 수행할지 미지수나, 다른 윙어들과 비교하여 손흥민이 우위에 있음은 분명하다.
홀란이라는 확실한 원톱이 있는 맨시티이기에, 훌리오 알바레즈가 그랬듯 후보 스트라이커를 데려오는 것이 쉽지 않다.
멀티 공격수가 가능한 손흥민이기에 왼쪽 윙어로서 활약하다가도 유사시 홀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맨시티 2선 자원, '25. 3. 14. 기준 >
필 포든 | 제레미 도쿠 | 오마르 마르무시 | 사비뉴 | 잭 그릴리시 | 오스카 보브 | |
나이 | 25세 (2000년생) |
23세 (2002년생) |
26세 (1999년생) |
21세 (2004년생) |
30세 (1995년생) |
22세 (2003년생) |
국적 | 잉글랜드 | 벨기에 | 이집트 | 브라질 | 잉글랜드 | 노르웨이 |
주포지션 | RW, AM | LW, RW | CF, SS, LW | RW, LW | LW | RW |
올시즌 리그 기록 | 7골 2어시스트 | 3골 4어시스트 | 3골 0어시스트 (독일 : 15골 10어시스트) |
1골 7어시스트 | 0골 1어시스트 | 0골 1어시스트 |
계약기간 | ~ '27. 6월 | ~ '28. 6월 | ~ '29. 6월 | ~ '29. 6월 | ~ '27. 6월 | ~ '29. 6월 |
* 손흥민 올 시즌 리그 기록('25. 3. 14. 기준) : 7골 9어시스트
펩 축구가 기반으로 하는 티키타카 전술이 손흥민에게 녹아들지는 모른다. 그러나, 과거 역습에 최적화된 손흥민이 최근 엔제볼을 겪으며 달라진 모습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손흥민은 이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과거보다 나을 수 있다고 본다. 잭 그릴리시, 제레미 도쿠와 비교하면 온더볼 상황에서의 드리블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지표는 더 우위에 있다. 23-24 시즌 리그 경기에서, 10살 어린 제레미 도쿠를 스피드로 완벽히 제압한 손흥민이다.
(ㄴ) 수월한 리그 적응
손흥민의 인터뷰를 보면, 손흥민은 PL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느낌도 받는다. 어느덧 커리어의 마지막 단계를 남겨두는 손흥민으로서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타 리그에 이적 도모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맨시티는 리그 적응이 필요 없다. 영국에서 2, 3순위를 다투는 도시인 맨체스터인 점도 손흥민의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ㄷ) 개인, 팀으로서의 도전 동기부여
맨시티는 토트넘보다 한 수 위의 클럽이다. 클럽의 규모도, 실력도 토트넘보다 상위 팀이다. 더군다나 UEFA 챔피언스리그는 거의 매 시즌 참가하고 있으며 리그 우승컵을 다투는 1, 2위 클럽이다. 또한 맨체스터의 근본은 과거 맨유(손흥민의 드림 클럽)였으나, 지금은 맨시티로 기운 상황이다. 여러모로 손흥민의 커리어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클럽이다. PL에서 기록을 써나가는 것도 유효한 도전이기도 하다. 현재 손흥민은 PL 통산 득점 127골('25. 3. 14. 기준)로 하셀바잉크(네덜란드)와 역대 득점 공동 16위를 기록 중이다. 15위 안에 들 수 있도록 여전한 도전이 가능하기도 하다. 개인과 팀의 도전을 둘 다 도모할 수 있는 맨시티다.
< 종합 >
- 손흥민의 맨시티 이적은 지금껏 나오지 않은 이적 루머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괜찮을법한 도전이라는 것이지, 실제 가능성은 높은 편은 아니라고 본다. 이유는 하나다. 토트넘에 대한 애정이다. 그 애정을 뛰어넘을 도전이 되어야 하는데, 손흥민이 이런 이적을 감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뜨거운 감성보다 차가운 이성이 앞선다면, 손흥민과 맨시티 서로에게 윈윈할 수 있는 계약이 될 것이다. 손흥민만의 스타일로 다른 윙어들을 압도할 수 있다고 본다.
2. 토트넘 잔류
필자는 토트넘의 경기를 2경기 직관했다. 16-17 시즌, 그리고 23-24 시즌. 그리고 그곳에서 손흥민이 어떤 존재인지는 두 눈으로 확인했다. 2경기 보고도 느낄 수 있었는데, 매일 생활하는 손흥민은 어떻겠는가. 과거 영광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최근의 손흥민은 그 당시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손흥민은 미스터 토트넘이자 몇 안되는 프리미어리그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토트넘 잔류의 조건은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컵이라고 본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성적은 내년을 도모하기에 쉽지 않다. 내년은 유럽 대항전에 나가기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의 생활을 이어 나가기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현재 8강에 진출한 유로파리그 트로피다. 이미 클럽 레전드인 손흥민으로서, 토트넘에서의 생활에 동기부여는 단 하나. 우승컵이다. 우승한다면, 팀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데 여전한 역할을 할 수 있겠으나, 우승을 하지 못한다면 손흥민 본인도 토트넘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을 공산이 크다. 몇 년째 이어지는 도전에 지쳐가는 손흥민의 모습을 유독 이번 시즌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축구하는 것 자체를 사랑하는 손흥민에게는 본인이 뛰고 싶은 환경에서 즐겁게 축구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클 것이기 때문이다.
3. MLS 이적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된다. 내년 만 34세가 되는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 도전이다. 지난 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으로 이끌었으나, 손흥민의 눈은 그 위를 향할 것이다. 사상 첫 대한민국 대표팀의 원정 8강 도전. 이를 위해 MLS로의 이적은 이를 도모하기 위한 교두보일 수 있다.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선수 수요가 유럽 클럽보다는 MLS와 중동에서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꽤 오래 선수 생활을 하길 원하는 손흥민으로서는, 커리어 마지막에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많은 돈으로 손흥민의 마음을 흔드는 중동에 대해 눈하나 꿈쩍하지 않는 않지만, MLS는 환경적인 부분에서 손흥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물론 높은 확률은 아닐 것이다. 축구하는 그 자체를 좋아하는 손흥민은, 은근히 유럽에서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을 인터뷰 중에 내비치기도 했으니까. 다만, 선수 본인의 마지막 도전이 대한민국 대표팀에 방점 찍혀 있다면, 적응력 차원에서 MLS도 나쁜 선택지는 아닐 것이다.
< 글을 마치며 >
전문적으로 축구를 분석하는 사람이 아닌, 오랜 시간 축구를 봐 온 축구 팬 입장으로서 글을 적었다.
필자는 이적하는 손흥민을 보고 싶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선수가 레바뮌(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을 뛰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달래고, 그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다. 이건 축구 팬으로서의 마음이다.
그러나, 그간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준 손흥민이라는 선수 개인만 생각하면, 선수 개인의 그 노력과 열정이 모두 담긴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반드시 토트넘에서 이번 시즌에 들어올리길... 간절하게 응원한다. 손흥민이라는 축구 선수가 우리에게 준 기쁨만큼이나, 그가 성취하면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을 스스로 느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