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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의 갈림길

축구이야기

by goldenee 2025. 3. 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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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최근 20년간 슈퍼에이스 박지성(은퇴, 1981년생) - 손흥민(토트넘, 1992년생)의 시대를 보냈다. 그리고 향후 10년을 이끌 차세대 에이스로 대부분의 축구 팬은 이강인(PSG, 2001년생)을 주저 없이 꼽았다. 2000년대생 세계 유망주 순위에서도 늘 상단에 위치했고 스페인 발렌시아가 차세대 다비드 실바(David Silva)로 성장하도록 애지중지 키웠던 그 선수는 20세 이하 월드컵 골든볼(메시, 포그바도 수상한)을 수상하고, 어린 나이에 유럽 최고 클럽 중 하나인 PSG에 입성했다. 그렇기에 그를 차세대 에이스로 꼽는 건 지금도 이견이 없다.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 골든볼 수상자 이강인.

 
사실 지난 2년간 국가대표팀에서 이강인의 영향력은 손흥민보다 더 커지고 있다. 이강인이 볼을 잡으면 기대하게 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이강인의 성장세가 최근 답보 상태다. 24-25 전반기는 프랑스 리그 2년 차 이강인이 서서히 날개를 펴는 느낌이었으나, 최근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Khvicha Kvaratskhelia)의 영입 이후 이강인의 출전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과연 이강인이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나.


이강인의 현 상황과 최적의 포지션
 
필자가 생각하는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피지컬도, 스피드도 아닌 이강인의 멀티 능력이다. 이는 PSG와 같은 빅클럽에서 매우 필요할 수 있는 능력이나, 현시점 이강인 개인에게 좋은 능력은 아니다. 오히려 이 멀티 능력이 독이 된 듯하다. 이강인의 나이 24세. 이제는 하나의 포지션에서 확실한 주전이 되어 팀을 이끌며 치고 나아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PSG의 루이스 엔리케(Luis Enrique) 감독 또한 이강인을 확실한 하나의 주력 포지션에 기용하지 않는다. 양쪽 윙어, 메짤라, 제로톱의 꼭짓점 등등. 사실 이강인의 능력이 출중해서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한 포지션에서 경쟁자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필자가 생각할 때 이강인에게 가장 적합한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AM) 자리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강인은 스피드로 측면을 파괴하는 정통 윙어가 아니다. 무게 중심이 낮고 발재간이 좋은, 그리고 쉼 없이 사용하는 바디페인팅을 통한 그의 유려한 드리블은 중앙에 더욱 적합하다. 또한 반대 발 윙어로서 같은 패턴의 드리블을 자주 보여주는 패턴은 쉽게 읽힐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키핑력과 드리블 능력이 좋은 이강인이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마지막 선택지가 늘 왼발이라는 점은 상대 선수들에게 쉽게 파악될 수밖에 없다.
 
둘째, 이강인의 패스 능력과 넓은 시야 때문이다. 지금은 이강인의 포지션이 윙어로서 굳어진 듯하지만, 사실 그의 커리어 첫 시작은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송곳 같은 패스 능력과 넓은 시야, 그리고 축구 센스 때문이다. 공격 전술을 조립하는 그 자리가 이강인이 롤모델로 삼던 다비드 실바의 그 역할과 같다. 좌우로 뿌려주는 패스와 허를 찌르는 패스, 그리고 공격 템포 조절까지. 이강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자리는 공격 조립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강인이 가야 할 방향은?

 
후안 로만 리켈메, 메수트 외질, 다비드 실바. 세 선수 모두 이강인과 참 닮은 점이 많다. 커리어의 첫 시작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시작했으며, 셋 모두 왼발을 주발로 사용한다. 볼을 다루는 센스와 패스, 시야. 그리고 이 선수들의 커리어 막바지에는 중앙보다 오른쪽에서 활동한 부분도 닮았다.
 
현대 축구에서 과거와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 선수는 계륵이라고 표현하는 팬들도 많다. 일단 그 선수들은 스스로가 전술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리켈메도, 외질도, 다비드 실바도 늘 전술의 중심이 되었을 때 활약을 보여주었다. 이는 조금 더 컴팩트하고, 파워풀하며 스피드한 현대 축구에서 유려한 드리블과 아기자기한 패스를 만들어가는 선수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PSG의 전술은 이러한 공격형 미드필더를 사용하기보다 중앙 3미들 체제를 운용한다. 이강인이 미드필더에서 조금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나, 중앙 3미들 체제에서는 남은 두 선수와 수비적인 역할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 팀 전술이 이강인과 맞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어쩌면 이강인은 빅클럽에서 살아남기 위해 멀티 능력이 필요했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여러 요소가 이강인의 공격적인 장점을 죽이는 것이지 않을까..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강인이 중심이 되는 전술을 펼칠 수 있는 곳에서 화려하게 꽃 피울 때라고 필자는 생각해 보게 된다.


글을 마치며
 
사실 필자는 이강인이 처음부터 프랑스 리그앙이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강인의 축구 스타일과 성장 단계가 프랑스, 그리고 PSG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되려 스페인에 잔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거친 스타일의 프랑스 축구, 그리고 유럽 챔피언을 꿈꾸는 PSG라는 팀의 레벨은 당시 이강인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과 차이가 있었다. 이강인은 마요르카보다 한단계 더 위의 팀에서 조금 더 확고하게 본인만의 축구 스타일을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의 이강인이 2년 전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2년간 거친 스타일의 축구를 경험한 것이, 이강인에게 또 다른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 축구 1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에이스는 여전히 이강인이다. QPR의 양민혁, 스토크시티의 배준호, 대전의 윤도영, 하노버의 이현주 등 수많은 유망주가 등장해도 현재의 이강인을 따라갈 수 있는 선수는 냉정하게 없다. 이번 여름, 이강인의 선택이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그가 팀의 중심으로 나서 뛸 수 있는 팀으로 가야 한다. 
 
모든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은 결과가 따르고, 그 결과는 책임이 따른다. 2년 전 이강인이 익숙한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로 갔던 선택처럼, 이번 여름 또 한 번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 
일반 직장인도 어느 순간이 되면 제네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한 조직 내에서 자리 잡아야 하는 시점이 오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강인도 이제는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는 시점이지 않을까. 이강인의 선택을 기대해 본다.

2018년의 이강인과 다비드실바. 우상의 발자취를 걸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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