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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원톱 스트라이커 기근 현상

축구 이야기/골든 칼럼

by 골드니 2025. 3. 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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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예로부터 확실한 원톱 카드가 있었다. 아시아의 호랑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확실한 한 방을 갖춘 선수가 늘 최전방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이회택(1970년대) - 최순호(1980년대) - 황선홍(1990년대) - 이동국(2000년대) - 박주영(2010년대)

 
윙어와 스트라이커에서 독보적인 수준(차범근, 손흥민 등)을 보여준 선수들도 있고, 중간에 뛰어났던 선수(김주성, 최용수, 안정환 등)도 들어가야 한다는 등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겠으나, 위의 언급한 선수들은 큰 틀에서 지난 40여년간 한국 축구의 확실한 원톱 자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격에 확실한 방점을 찍어줄 스트라이커가 상당히 부족하다. 손흥민을 위시한 2선 자원은 역대급 선수들로 즐비하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중량감은 떨어진다. 황의조, 조규성, 주민규 등 일시적으로 반짝인 선수들만 있을 뿐, 2020년대를 책임질 한국 축구의 원톱이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현 A대표팀에서 좌우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만큼 고민되는 스트라이커 포지션이다.


왜 한국 축구 원톱이 사라졌을까
 
한국 축구의 원톱이 사라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전술과 원톱 역할 변화. 두 번째 이유는 에이스의 포지션 변화다.
 
(1) 전술 & 원톱 역할 변화
 
대표팀의 전술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원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 축구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현대 축구는 점점 컴팩트해지고 스피디해졌다. 대부분의 팀은 이 흐름에 맞게 미드필더를 두텁게 하며, 측면을 활용하는 전술을 즐겨한다. 자연스럽게 공격 숫자를 줄이고, 투톱보다 원톱을 대부분의 팀에서 사용하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아시아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이 주로 내려앉는 전술을 사용하기에, 한국이 투톱 전술 카드를 사용하였으나, 아시아의 실력이 향상되며 한국도 원톱을 즐겨 쓴다. 점점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공격 자원 숫자가 적어지는 이유이다.
 
다만 최근의 원톱은 과거처럼 슈팅과 골 결정력에 특화된 선수만 원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 축구의 원톱은 공간 활용이 자유로운 2선 자원들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에 요구되는 능력뿐만 아니라 연계 능력도 탁월해야 하며, 수비 가담도 좋아야 한다. 골 냄새를 맡아 골만 노리던 원톱을 필요로 하는게 아닌, 공수에서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해내야 하는 선수를 요구한다. 그 능력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표팀 원톱 자원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2) 에이스의 포지션 변화
 
지난 20여년 간, A대표팀의 에이스로서 전술적으로 중추 역할을 한 선수들은 대부분 윙어(박지성, 손흥민)였다. 과거와는 달리, 에이스의 포지션 변화(최전방 공격수 → 윙어 등 2선 자원)가 원톱의 약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또한 세계 축구의 흐름과 비슷하다.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호나우두, 셰브첸고, 반니스텔루이, 티에리 앙리 등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주는 무게감은 상당했다. 그러나 호날두와 메시가 등장한 이후, 세상은 변했고 축구도 변했다. 좌우 윙어가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며 골과 가까워지는, 즉 과거의 클래식한 윙어가 아닌 골문을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윙어가 에이스가 되자 정통 9번 공격수의 역할은 오히려 조력자에 가까워졌다. 레알 마드리드의 벤제마, 바르셀로나의 수아레즈도 주인공보다 조력자가 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는 최근의 축구를 보고 자란 세대가 원톱보다 2선 자원을 선호하는 것에서도 기인할 것이다. 전술상의 변화와 함께, 에이스 포지션의 변화는 원톱 자원의 수적 부족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 나타났다. 현 A대표팀도 다르지 않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 능력 있는 2선 자원의 과포화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에 반해 원톱 자원은 점점 양과 질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에이스 포지션의 변화가 지금의 현상까지 만들어냈다.

 

 


다음 계보를 이을 가능성 높은 선수는?
 
제아무리 2선 자원이 좋아도,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다. 때문에, 득점력을 갖춘 스트라이커는 시대를 떠나 필요하다. 대한민국 A대표팀도, 지금은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는 이 문제점이 언젠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지금껏 황의조, 조규성, 주민규 등 좋은 모습을 보여준 자원은 있어서도, 지속성은 떨어졌다. 이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선수를 꾸준히 키워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선수를 아래에서 소개한다. 바로 오현규(KRC 헹크)와 이영준(그라스호퍼)이다.

 
이름 오현규 이영준
신체 조건 186cm, 82kg 192cm, 87kg
나이 2001년생(24세) 2003년생(22세)
소속팀 KRC 헹크(벨기에) 그라스호퍼(스위스)
플레이
스타일
단단한 피지컬, 공간 침투 활용한 돌파형 스트라이커 타겟맨, 정통 9번 스트라이커
장점 스피드, 저돌성,
골 결정력(공격포인트 생산성 높음)
제공권, 큰 키에 비해 준수한 발밑, 연계 능력
단점 체력, 섬세함, 제공권 스피드,
골 결정력(공격포인트 생산성 낮음)
군복무
여부
O O

 
두 선수를 꼽은 이유가 있다. 사실 두 선수 모두 위에서 언급한 독보적으로 천재적인 선수 계보와는 거리가 있다. 혼자 힘으로 팀을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현 대표팀의 풍부한 2선 자원과 함께 향후 10년간 조화를 이루어줄 원톱으로써 꼽게 되었다. 현대 축구의 흐름에 맞게, 원톱 공격수는 결국 동료를 잘 살려줄 수 있어야 한다. 조규성(98년생)과 오세훈(99년생)도 후보군이 될 수 있으나, 필자는 더 어린 이 두 선수를 꼽았다.
 
두 선수는 원톱 자원으로서의 경쟁도 가능하고, 투톱을 사용하더라도 서로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스타일이다. 대표팀 내에서의 쓰임새도 많다. 단단한 피지컬과 저돌성, 공간 침투가 강점인 오현규는 다른 원톱 자원보다 순도 높은 득점력으로 대표팀에서 본인만의 스타일을 통해 공격을 이끌 수 있다. 결국 결정적인 한방이 있는 오현규는 그 자체로 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은 다른 선수들의 수비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 
 
반면, 이영준은 제공권과 연계 능력으로 2선 자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큰 키에 비해 발밑이 준수한 부분도 강점이다. 이영준은 스트라이커로서 득점력만 높인다면, 그 어떤 선수보다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다. 타겟형 스트라이커가 중앙에서 버텨주는 것은, 그 어떤 공격수보다 수비수들에게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전처럼 팀의 에이스가 되기엔 무리가 있는 포지션인 원톱 스트라이커.
그러나 과거보다 많은 역할을 부여받은 만큼 출중한 스트라이커를 보유한 팀은 더 위협적인 팀이 될 수 있다. 향후 10년 동안 현대 축구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각각의 능력으로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 한국 축구사에 수많은 족적을 남겼던 원톱 스트라이커 계보를 두 선수가 이어받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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