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18-1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문턱에서 준우승에 그친 토트넘은, 기세를 몰아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한다. 당시 이미 유럽 최고 공격진 중 하나인 D.E.S.K.라인(델레알리, 에릭센, 손흥민, 케인)에 더욱 확실한 스쿼드 구축을 위해 대대적인 선수 영입에 들어간다. 그때만 해도, 토트넘의 추락을 예상한 사람은 많이 없었다. 20대 중반의 주축 선수들이 전성기 기량에 접어들었고, 포체티노와 그 선수들의 경험은 챔스 결승을 계기로 더 깊어지고 있었다. 투자에 인색한 다니엘 레비 회장조차 전년도 이적 시장의 침묵을 깨고, 2019년 여름 큰돈을 투자했다. 당시 탕귀 은돔벨레(Tanguy Ndombele), 지오바니 로셀소(Giovanni Lo celso), 그리고 유망주 잭 클라크(Jack Clarke), 라이언 세세뇽(Ryan Sessegnon)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했다.
유망주인 두 선수를 제외하고 은돔벨레와 로셀소는 토트넘이 즉시 전력감으로 스쿼드에 깊이를 더하길 기대하며 데려온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이적으로 판명 났다. 토트넘의 선택은 왜 실패로 끝났을까?
2019년의 토트넘
당대 최강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따르지만, 당시 라인업을 보면 딱히 구멍을 찾기 어려웠던 토트넘이다. 다만, 다소 약해 보이는 고리가 있다. 바로 중앙 미드필더 라인이다. 무사 시소코(Moussa Sissoko)와 해리 윙크스(Harry Winks) 라인업은 공격과 수비진에 비하면 초라해 보였다. 이 중앙 2미들 라인업의 토트넘에 챔피언스리그 결승 경기 시작 1분 만에 참사가 일어났다. 무사 시소코의 핸들링 파울로, 리버풀에 PK를 헌납한 것이다. 이후 리버풀에 경기 내내 끌려다닌 결과, 모두가 알다시피 리버풀의 2-0 승리로 끝이 났다.
무사 뎀벨레(Moussa Dembele) 부상과 이적 이후, 토트넘의 약점은 늘 중앙 미드필더였다. 볼 배급 등의 역할은 해리 윙크스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분담하여 뎀벨레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었으나, 3선 미드필드에서 휘젓고 다니는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었다. 번뜩이는 패스와 움직임, 탈압박 능력, 볼키핑 등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로서 뎀벨레의 역할을 해줄 선수가 토트넘에 필요했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 바로 탕귀 은돔벨레였다. (이적료 : 6,200만유로)
당시, 토트넘 공격진은 에릭 라멜라, 루카스 모우라 등 서브 자원이 확실했다. 다만, 에릭센의 이탈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2013년 토트넘 입단 후 에릭센은 팀의 중심이었고, 공격 조립 작업 전반에 메인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에릭센의 공백 때 토트넘 공격은 무뎌졌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 많은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토트넘은 에릭센을 대체하거나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레알 베티스(스페인)에서 2선, 3선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재능을 뽐내며 좋은 활약을 펼친 지오바니 로셀소를 데려온다. 공격형 미드필더나 중앙 미드필더로서 로셀소는 활동량도 성실한 편이고 온더볼 능력도 괜찮았다. 직접 득점을 노리는 침투 능력도 갖추었다. (이적료 : 4,800만유로, 임대료 포함)
두 선수의 나이 당시 23세(1996년생). 어리면서 톱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를 수집하는 토트넘의 정책에도 딱 맞았다.
두 선수는 왜 실패했을까
영입 자체가 실패였다는 팬들도 있으나, 필자 생각에 영입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영입에 있어 나름의 이유도 확실했고, 이 두 선수는 대성할 수 있는 재목이기도 했다. 물론 몸값에 비해 오버페이를 했다는 부분은 동의하나, 전년도 이적 시장에서 단 한 푼의 돈도 쓰지 않는 토트넘으로서, 포체티노에게 든든한 지원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두 선수는 실패했을까?
선수 개인의 재능에 비해 노력 문제를 꼽을 수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감독 스타일이 맞지 않았다. 포체티노의 경질 후 부임한 감독들의 스타일이 이 선수들과 맞지 않았다. 19-20 시즌 초반 동기부여를 잃은 토트넘은, 결국 팀을 오랜 시간 이끌었던 포체티노를 경질하기에 이른다. 다니엘 레비 구단주는 토트넘의 숙원인 우승을 위해 드디어 우승 청부사를 데려오게 된다. 바로 조제 무리뉴다.
많은 팬이 알다시피, 토트넘에 무리뉴는 토트넘 역사상 역대급 감독이었으며, 예전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과분한 감독이었다. 그러나 무리뉴의 축구 스타일은 포체티노의 입맛에 맞게 구성된 선수단과 맞지 않았다. 강력한 피지컬과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카운터 어택을 사용하는 무리뉴 스타일에 공을 소유하며 온더볼에 강점을 가져가는 두 선수는 맞지 않았다. 게다가 미드필더에게 많은 활동량과 수비 능력을 요구하는 무리뉴 스타일에 다른 강점을 갖춘 은돔벨레와 로셀소는, 적합하지 않았다. 되려 게으른 천재라는 수식어만 붙을 뿐이었다. 누누, 콘테로 연결되는 토트넘 감독 라인업도 무리뉴식 축구와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고, 그들은 이 축구에서 빛을 보기 힘들었다.
프리미어리그가 그들에게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은돔벨레의 경우, 공격적인 역할이 부여되고 수비력을 갖춘 파트너가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 토트넘의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는 에릭 다이어 정도만 있었고, 은돔벨레가 공격적인 재능을 마음껏 뽐내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 때문에 프리미어리그가 맞지 않다는 세간의 평가에 고개를 젓게 된다.
오히려 은돔벨레보다 로셀소가 프리미어리그에 덜 적합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템포가 빠른 PL이 로셀소에게 맞지 않았고, 거친 PL 무대에서 잦은 부상으로 폼도 좋지 않았다. 물론, 나올 때마다 보여주는 간헐적인 공격 포인트는 그에게 맞는 옷만 입혀준다면 활약할 수 있음을 스스로 보여줬으나, 필자 생각에 로셀소 영입은 굳이 필요했던 영입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두 선수의 잘못일까, 구단의 잘못일까
토트넘이 돈을 안 쓴다는 말도 옛말이다. 토트넘은 2019년 이 두 선수를 거액으로 데려온 것은 물론, 이적시장 때마다 돈을 충분히 풀고 있다. 이적료는 회수할 수 있고 분할 납부가 가능하기에, 주급은 덜 주더라도 이적료는 아끼지 않고 쓰고 있다. 히샬리송, 솔란키 등 거액의 이적료를 쓰는 데 아낌없는 토트넘이다.
그러나, 구단 주도의 영입 정책이 토트넘 스스로 발목을 잡게 한다. 토트넘에 S급 선수가 오지 못한다는 걸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S급 선수를 데려오는 데 있어 토트넘은 분명한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도록 구단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감독이 떠난다면 현재 구성된 선수단에 최적화된 감독을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지 않고 정리되지 못한 시간이 포체티노 이후 어느덧 6년째다.
많은 토트넘 팬은 은돔벨레와 로셀소에 대해서 몸값을 하지 못한 선수들이라며 비판하지만, 선수만의 잘못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많은 돈을 쓴다면 이유는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 돈을 올바르게 써야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토트넘의 영입이 왜 계속 실패하는지, 구단 차원에서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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