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축구 선수들의 드림 클럽이자 세계 축구 클럽 가치 순위 1위, 레알 마드리드.
UEFA 챔피언스리그 15회의 우승, 36회의 라리가 우승. 우승 목록을 더 언급하지 않는 것은, 이미 레알 마드리드라는 클럽이 주는 이름 하나로도 보여주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라리가는 프리미어리그보다 리그의 관심도는 떨어지고, 리그 수준도 전과 같지 않다. 발렌시아, 비야레알 등 중상위 클럽들의 약진도 요새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ATM 3강만이 우승권을 다투며 굳건히 리그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샐러리캡(팀별 연봉 총액 제한 제도), Non-EU(스쿼드 내 외국인 선수 제한 제도) 등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투자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라이벌 FC바르셀로나조차 코로나19 이후 투자에 소극적이며, 큰돈을 들이지 않고 FA선수를 영입하는 등 라리가 시장 자체가 전과 같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도 레알 마드리드는 달랐다.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영입 정책은 20년 전부터 지속되어 오고 있다. '은하' 를 의미하는 스페인어(Galáctico)에서 나온 용어로, '갈락티코스'라는 말 그대로 전 세계의 축구 선수들 중에서도 초특급 슈퍼스타, 즉 월드클래스들을 대거 영입해 은하수를 이루겠다는 선수 영입 정책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이 주도한 정책으로, 우리가 아는 전 세계 유명 축구 선수는 레알마드리드의 영입 타겟이었다.
그렇다면 갈락티고 1기(2000년~2006년)는 왜 이렇게 초호화 군단을 꾸리고 실패한 팀이 되었을까?
갈락티코 1기(2000 ~ 2006)의 문제
주요 우승 기록 : 라리가 2회, UEFA 챔피언스리그 1회, 스페인 슈퍼컵 1회, UEFA 슈퍼컵 1회
갈락티코 정책의 초석. 루이스 피구(2000), 지네딘 지단(2001), 호나우두(2002), 데이비드 베컴(2003), 마이클 오웬(2004) 등이 차례로 합류하며, 지구방위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갈락티코 1기다. 물론 선수단 이름값에 비해, 결과는 평범했다. 갈락티코 1기를 실패한 팀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결과 때문이다.
당시 세계 최고의 공격수(호나우두),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지단), 세계 최고의 윙어(피구)를 한 팀에 모아두었으나, 이 화려함 속에 감춰진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11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축구에서, 공격에만 치중한 나머지 공수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다. 이는 수비진에 과부하로 이어졌고, 단단하지 못한 조직력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페레즈 회장은 미드필드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던 마켈레레(Makelele, 프랑스)를 2003년 첼시로 이적시킨 후 대체자를 영입하지 않았고, 이 여파는 팀을 급격히 무너지게 만들었다.
당시 페레즈 회장은, 공격진은 슈퍼스타 영입(지단, 호나우두 등)으로, 수비진은 유망주 육성(파본 등)으로 갈락티코 1기를 만들어갔다. 페레즈 회장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하며, 레알 마드리드라는 클럽을 하나의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했다. 필자 생각에 데이비드 베컴(2003)의 영입은 레알 마드리드 전력에 꼭 필요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팀의 밸런스가 깨졌다. 당시 베컴의 자리에는 당대 최고의 윙어 중 한명인 루이스 피구가 있었다. 그러나 페레즈에게 베컴은 레알 마드리드라는 클럽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스타성을 가진 선수였다. 베컴을 우측 윙어로 쓰기 위해 루이스 피구를 좌측으로 돌리거나 혹은 베컴의 주 포지션이 아닌 중앙미드필더에 배치하는 등, 팀의 전술적 조화를 고려한 스쿼드 구축보다 스타성 있는 선수들을 모아 억지로 팀을 꾸렸다.
그렇게 2003년 데이비드 베컴의 영입 후, 2004년 여름 다시 한번 갈락티코 하나를 스쿼드에 수집했다. 이 갈락티코 수집도 결국 팀의 밸런스를 고려하지 않았다. 바로 잉글랜드의 골든보이, 잉글랜드 출신 마지막 발롱도르 수상자 마이클 오웬을 상당히 저렴한 이적료(1,200만 유로)에 영입한다.
- 레알 마드리드 갈락티코 1기 스쿼드 -
이미 호나우두와 라울 곤잘레스(스페인)라는 강력한 투톱을 보유하고 있던 레알 마드리드에게 마이클 오웬은 꼭 필요한 선수가 아니었다. 밸런스를 잡아주고 수비에서 중심이 될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최우선이었으나 레알마드리드는 이번에도 공격수에 별을 하나 추가했다. 그 결과, 마이클 오웬은 당대 최고 투톱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벤치 멤버로 전락해 한 시즌만에 레알마드리드를 떠난다. (한 시즌 통산 45경기 16골 4도움). 팀도 라리가 2위, 챔스 8강 실패 등 우승에 실패한다.
그렇게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은 한 시대를 풍미할만큼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그리고 이를 구성한 지구방위대도 서서히 나이가 들었다. 이미 클럽과 국가대표팀에서 많은 것을 이룬 그들에게 더 이상의 동기부여가 쉽지 않았으며, 30대에 접어들면서 체력 저하와 전성기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갈락티코 1기는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갈락티코 1기는 정말 실패한 팀일까?
많은 축구팬들은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1기를 실패한 팀이라고 평가한다. 정말 팀에 필요한 영입을 하지 않고, 슈퍼스타들을 하나로 모을 수 없었던 전술과 감독 부재들을 감안하면, 갈락티코 1기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선수 이름값에 비해 나온 결과는 상당히 초라했다.
그러나 필자 생각에 역설적으로 갈락티코 1기는 두 가지 교훈을 주었다. 첫째, 영입 정책에서의 밸런스 고려다. 갈락티코 2기(호날두, 카카, 벤제마, 베일, 모드리치 등), 갈락티코 3기(음바페, 벨링엄, 비니시우스, 발베르데 등)가 이어질수록 공격진의 화려함은 당연했고, 수비와 미드필드 진영에도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수집하며 팀의 밸런스를 맞추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한 팀을 구성하는 레알 마드리드다. 이는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 등 결과로 나타났다. 결과로 증명한 갈락티코 정책이다.
둘째, 레알 마드리드라는 브랜드 확립이다. 전세계 축구팬들이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클럽은 누가 뭐래도 레알 마드리드다. 이는 갈락티코 정책의 1기가 보여준 상징성이 컸다. 레알마드리드는 언제든 원하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를 모을 수 있으며, 이 클럽에서 선수들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전세계 모든 축구팬에게 각인시켰다.
요약하자면 갈락티코 1기는 팀 성적에서는 목적만큼 이루지 못했으나, 레알 마드리드라는 클럽의 브랜드 가치를 지난 20여년간 세계 최고 클럽으로 군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초석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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