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자국에서 열린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단 한 차례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잉글랜드다. 화려한 스쿼드를 자랑하는 현 대표팀도 유로 2020, 2024에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전부다.
현 대표팀의 스쿼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고 스쿼드 면면은 화려하다. 해리 케인(Harry Kane)을 위시로 주드 벨링엄(Jude Bellingham), 부카요 사카(Bukayo Saka), 필 포든(Phil Poden), 콜 파머(Cole Palmer), 데클란 라이스(Declan Rice) 등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지금 스쿼드보다 더 강력한 스쿼드를 구성했던 때가 있었으니..2000년대 초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대표팀이다.
잉글랜드의 첫 번째 황금세대, 그 중심의 스램제
축구팬들 사이에서 꽤 오랜 시간 논쟁이 되었던 주제. 바로 스램제 논쟁이다. 폴 스콜스(Paul Scholes), 프랭크 램파드(Frank Lampard), 스티븐 제라드(Steven Gerrard) 이 세 선수 중 누가 더 뛰어나냐는 논쟁이다. 3미들 전술에서 이 세 선수를 쓴다면 어떻게 역할을 부여할지 정말 큰 고민이며, 2미들 전술에서 3명중 2명을 꼽아야 한다면 이는 남은 한 선수에게 너무나 미안한.. 고민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이 긴 논쟁의 결과는 제라드>=스콜스>램파드의 순서로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판명받았다. 필자는 스티븐 제라드 - 프랭크 램파드 - 폴 스콜스 순으로 이 논쟁의 서열을 매겨본다. 우선 각 선수의 장단점, 커리어 등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폴 스콜스(Paul Scholes) | 프랭크 램파드(Frank Lampard) | 스티븐 제라드(Steven Gerrard) | |
주요 소속팀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첼시 | 리버풀 |
포지션 | 중앙미드필더, 딥라잉플레잉메이커 | 중앙미드필더, 박스투박스미드필더 | 중앙미드필더, 박스투박스미드필더 |
우승 커리어 | 프리미어리그 11회, 챔스 2회 등 | 프리미어리그 3회, 챔스 1회 | 챔스 1회, 유로파리그 1회 |
개인 커리어 | 718경기 155골 (클럽) 66경기 14골 (A대표팀) |
915경기 274골 (클럽) 106경기 29골 (A대표팀) 발롱도르 2위(2005년) |
538경기 125골 (클럽) 114경기 21골 (A대표팀) 발롱도르 3위(2005년) |
폴 스콜스(Paul Scholes)
지네딘 지단(Zinedine Zidane)이 유일하게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던 선수. 바로 폴 스콜스(Paul Scholes)다.
필자가 볼 때 폴 스콜스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축구를 참 쉽게 하는 선수였다. 어려워보이는 상황도 쉽게 만들어내는, 축구 자체를 쉽게 해내는 선수였다. 이는 스콜스가 미드필더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제라드, 램파드보다 뛰어난 것은 물론 이 분야에 있어 말 그대로 최고 수준이었다.
스콜스는 처음 쉐도우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역할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중앙미드필더로 정착했다. 포지션 정착 후 스콜스의 능력이 더욱 발휘되었는데, 축구 지능과 넓은 시야, 빨랫줄 같은 중거리슛은 물론, 숏패스, 롱패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사비 에르난데스(스페인) 이전의 패스마스터(필자 생각에)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스콜스는 다른 동료 선수들이 볼을 다루기 쉽게 패스를 보내주었으며, 동료 선수들은 스콜스의 작업 아래 부품처럼 움직였다.
이런 스콜스에게도 단점이 있었는데, 바로 수비력이다. 미드필더는 공수 양면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전반적인 수비 능력치가 낮다기보다는 느린 스피드와 부족한 체격 탓에 기여도가 낮은 편이었다. 게다가 다혈질적인 성격도 한몫하여, 스콜스는 퇴장 빈도도 두 선수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 스콜스 : 총 10회, 램파드 : 총 6회, 제라드 : 총 8회
당대 최고의 클럽 맨유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기에 스콜스를 폄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다른 선수였어도 맨유에서는 스콜스처럼은 할 수 있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개인 커리어로 놓고 보면 다른 두 선수보다 특출난 성과는 없었다. 필자가 스램제에서 스콜스를 가장 마지막에 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 감독이 믿고, 동료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며, 관중들이 쉽게 축구를 볼 수 있게 도와준 선수라는 건 이견이 없을 것이다.
프랭크 램파드(Frank Lampard)
한국 팬들에게는 '람반장'으로 불리며, 첼시의 심장이었던 선수다. 미들라이커의 정석이기도 하다. 사실 스램제 라인 중, 필자 생각에는 가장 많은 수식어가 붙는 선수다. 그만큼 장점과 특색이 확실했던 선수고, 그 장점은 미들라이커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램파드의 가장 큰 무기는 미드필더로서 차고 넘치는 득점력, 그리고 활동량이었다. 램파드의 득점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0골 이상 넣은 시즌이 무려 10회였다는 것이 증명한다. 사실 이 득점력은 오프더볼 움직임을 통한 날카로운 침투와 슈팅력에서 기인했다. 램파드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보다 첼시에서 더 두드러졌던 요인 중 하나는, 첼시의 전술 때문이었다. 첼시 시절, 램파드는 미드필더에서 에시앙과 마켈레레, 그리고 공격진은 디디에 드록바와 합을 맞췄다. 수비 부분의 부담을 덜고, 탄탄한 피지컬의 공격수를 활용한 결과 본인의 가장 화려했던 선수 시절과 팀의 최전성기 시절을 함께 만들어냈다.
스콜스, 램파드, 제라드 사실 세 선수 모두 미드필더로서 공격적인 재능이 상당한 선수였고, 그 중 램파드는 다른 두 선수보다 오프더볼 움직임과 침투 능력 등 공격적인 움직임이 가장 으뜸이었다. 볼을 가장 잘 차는 선수를 기준으로 하면, 세 선수 중 가장 떨어질지 모르지만, 탄탄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체력과 공격적인 능력은 램파드를 이 세 선수와 견줄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무기였다.
물론 램파드도 단점은 있었다. 바로 스피드다. 활동량은 좋았으나, 램파드는 느린 편이었다. 이는 팀의 전반적인 템포를 느리게 했다. 미드필더는 역동성이 필요하지만, 팀의 전반적인 템포를 빠르게 가져오지는 못했다. 다른 하나는 미드필더로서 모험적인 플레이를 피했다. 안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다 보니 번뜩이는 천재성을 보여주는 것에는 다른 두 선수보다 어려웠다.
스티븐 제라드(Steven Gerrard)
리버풀 그 자체. 130년 클럽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
필자는 전 세계에서 축구 자체를 제일 잘하는 선수로 늘 스티븐 제라드를 꼽는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는 공격과 수비가 모두 완벽했던 공수 겸장 선수였으며 어느 자리에 맡겨도 1인분 이상을 해내는 선수였다. 게다가 팀에 유무형의 무언가를 많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선수였다.
팀스피릿을 상승시키는 리더십, 호쾌한 슈팅력, 탄탄한 체격, 다부진 수비력, 넓은 시야를 통한 롱패스, 완벽했던 공수밸런스 등 제라드가 팀의 중앙에 있으면 팀 전체의 퀄리티를 향상시켜주었다.
대표적인 경기가 04-05 UEFA 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의 결승전이었다. 필자는 제라드의 수많은 경기 중, 이 경기를 첫손에 꼽는다. 이유는 제라드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제라드는 팀이 3-0으로 뒤지고 있던 후반, 헤딩골과 더불어 PK를 얻어내는 등, 불과 10분 만에 팀을 구해냈다. 득점을 떠나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그의 리더십과 투지는 팀원들의 스피릿을 일깨웠고, 그 결과 열세로 평가받던 리버풀이 승부차기 끝에 통산 5번째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제라드는 낭만이 있는 선수였다. 그는 수많은 클럽의 타겟이 되었고 그 시절 지구방위대(레알 마드리드)의 일원이 될 수 있었으나 또 다른 클럽 레전드(마이클 오웬)와 다른 선택을 했다. 그 결과 은퇴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제라드가 곧 리버풀이라고 팬들 사이에서는 회자된다.
이런 제라드도 단점은 명확하게 있었다. 지나친 공격 성향이 독이 되곤 했다. 무리하게 전진하여, 수비 시 위치 선정이 불안해 팀이 역습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또한 과감성을 중시하니 안정성이 부족한 모습도 보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빅매치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13-14 프리미어리그 첼시 전). 그러나 이런 단점이 있더라도, 스티븐 제라드는 다른 두 선수보다 쓰임새도 많았고, 존재 자체로 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힘이 있었다.
종합
필자는 유년 시절 위닝일레븐을 하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을 선택하여 플레이했다. 그럴 때마다 이 세 선수를 어떻게 쓸지 늘 고민했다. 멀티 능력이 있는 제라드를 왼쪽으로 돌리고, 스콜스-램파드를 중원에 조합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팬심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이 유로 대회와 월드컵에서 우승하길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이 황금 세대는 늘 우승 문턱에서 무너졌고,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 3명이 동시대에 뛰었지만, 각자가 중심이 되어 일궈낸 성과만 있을 뿐, 함께 만들어낸 성과는 없었다. 이 3명을 잘 꿰어내어, 함께 성과를 냈다면 후세에 또 다른 평가를 받고 있지 않았을까. 팬으로서 너무나도 아쉬운 스램제 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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