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낯선 양 팀의 순위. 대전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낯설고, 서울이 9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도 아주 낯설다. 서로의 낯선 순위에 팬들도, 전문가들도 낯설다. 아마 양 팀 선수단도 놀랄 수 있다. 그만큼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2일, 리그 8라운드에서 두 팀이 올 시즌 처음 격돌했다. 상암에서 펼쳐진 경기였는데, 대전의 구텍(라트비아)이 멀티 골을 기록하며 2:0으로 앞서갔으나, 린가드와 문선민의 득점으로 서울이 승부의 추를 맞췄다. 울산, 대전 등 상위권 팀과의 대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서울도 슬슬 올 시즌 스타트 시동을 건다는 느낌을 주었던 경기다. 물론 그날 경기에서 팀의 중심 기성용, 그리고 이적 후 팀의 오른쪽 공격을 책임진 정승원이 부상으로 빠졌으나, 서울이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다고 축구 팬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그 경기 이후, 서울은 리그 4위에서 현재 9위로 그야말로 수직으로 하강했다.
그 경기 이후 서울은 1무 3패를 기록 중이며,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날의 멀티 득점 이후 4경기 동안 멀티 득점 경기가 없다. 서울은 4경기 동안 슈팅 수 70개(유효 슈팅 35개) 중 단 2골을 기록했다. 경기당 17개 이상의 슈팅을 때리고도 평균 득점 0.5점에 그친 것이다. 2득점도 린가드와 문선민, 2선 자원의 골이었다.
반면 대전은 그 경기 이후 3승 1무를 기록 중이다. 6득점 2실점으로 공수 양면에서 부족함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과의 경기에서 다잡은 승리를 놓쳤기에, 흐름이 끊어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후 4경기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리그 1위로 순항 중이다. 특히 직전 경기 리그 2위 전북과의 대결에서, 경기 막판 골로 승점 1점을 챙겼다. 질 경기를 어떻게든 비길 경기로 만들며, 승점을 챙겨오는 모습을 보고 올 시즌 대전이 쉬이 무너지지 않겠구나 싶은 정도였다.
이번 대결도 서로 의미 있는 대결이다. 대전은 홈 승리로 올 시즌 첫 승점 30점 고지를 밟고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리는 것이 목표다. 반면, 서울은 이제 기나긴 무승의 고리를 끊고 반등해야 한다. 매 경기 반등이 필요하다고 했던 서울인데, 하필 리그 1위 대전 원정이기에 쉽지 않겠으나 이겨낸다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양 팀의 상황
< 대전 >
지난 라운드 전북과의 경기에서 87분 전북 전진우에게 실점 후, 추가 시간에 김인균이 득점에 성공하며 겨우 승점 1점을 획득했다. 리그 1, 2위 맞대결이고 원정 경기였기에 대전 입장에서 승점 1점을 챙긴 것은 대단한 성과였다. 또한, 이미 1로빈에서 전북에 0:2로 패한 상황이었는데, 이번 경기도 졌다면 올 시즌 선두권 경쟁에서 전북에 기세 싸움에서 밀릴 수도 있었다.
그만큼 지난 라운드 무승부는 대전에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는 흐름을 안겨다 주었다. 최근 5경기 3승 2무를 유지 중이며, 홈 경기 기준 3승 1무 1패다. 대전은 최대 고비였던 전북 원정을 무사히 넘기고, 이제 연승 가도를 달릴 수 있는 팀들과 경기를 펼친다. 서울(H, 9위) - 수원FC(A, 11위) - 대구(H, 12위) - 포항(H, 8위) - 안양(A, 7위) 순으로, 현재 모두 하위 스플릿에 들어가는 팀들과 경기를 펼친다. 대전으로서는 5월 한 달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대전의 가장 큰 강점은 득점력이다. 총 21골, 경기당 1.61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주민규가 8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주민규는 2골 더 기록하면, 5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이어갈 수 있다. 30세 이후 K리그 간판 스트라이커로 등극한 주민규의 발끝이 더 주목되는 이유다.
외국인 선수(밥신, 캘빈, 안톤, 마사)와 새로 영입된 선수(주민규, 박규현, 하창래 등), 신예 선수(김형오 등), 기존 선수(윤도영 등) 신구 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면서 대전의 경기력은 점점 더 안정되고 있다. 2월 말, 쇄골 골절로 이탈한 핵심 미드필더 이순민의 부재가 다소 아쉽지만, 그 공백마저 강윤성 등 멀티 플레이어의 역할로 잘 메우고 있는 대전의 스쿼드다. 화려한 스쿼드와 거리는 있으나, 단단한 힘이 있는 스쿼드다.
이번 경기도 대전이 FC서울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이유다.
< FC 서울 >
이제 정말 반등해야 하는 서울이다. 직전 경기 안양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4월부터 펼쳐진 6경기에서 3무 3패를 기록 중이다. 앞서 언급했듯, 같은 기간 단 4골만 기록했다. 상승 무드로 가던 팀의 분위기는 수직으로 하강했고, 순위도 리그 4위에서 9위로 하락했다.
필자가 포스팅마다 언급한 팀의 득점력이 가장 큰 문제다. 심지어 매 라운드 이 부분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원톱 스트라이커인 조영욱과 둑스의 득점력은 당연히 문제지만, 경기를 보면 그들이 골을 넣을 수 있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조영욱과 둑스는 최전방에 머물기보다 아래로 내려와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는 전술상의 이유도 있겠으나 미드필드 라인에서 그들이 슈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김기동 감독의 전술에서, 원톱 스트라이커는 낮은 위치로 내려와서 빌드업에 관여하고 2선 선수들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등 득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 역할을 팀 내 스트라이커 중 조영욱이 잘 수행한다고 볼 수 있으나, 엄연히 조영욱은 슈팅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최근 3경기 조영욱의 슈팅 수는 단 한 개다. 슈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전술이 필요한 서울이다.
또한 경기를 보면 제시 린가드를 중심으로 좌측의 루카스, 우측의 정승원 등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유기적인 움직임보다 각각의 선수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든다. 특히 어떤 공격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경기가 많기에, 단조로운 공격 패턴만 자꾸 보이는 상황이다.
서울은 화력만 터져 준다면, 언제든 상위권으로 올라갈 팀이다. 다행히 지난 경기 정승원이 부상에서 복귀했고, 그동안 부진했던 이승모 대신 류재문이 출전하면서 중원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그동안 비슷한 전술로 경기에 임했던 김기동 감독이 지난 안양 전부터 서서히 변화를 주고 있다. 대전과의 경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대전과의 경기 후, 다음 2경기는 수원FC, 대구 등 최하위 두 팀과 격돌한다. 반드시 이번 경기에서 반등해야 다음 2경기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서울이 상승세를 타야 K리그가 더 재밌어진다.
총평
1위 대전, 9위 서울. 누가 봐도 대전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단순히 순위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기는 아닐 것이다. 서울도 득점만 터져주면, 분명 대전과 비등한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많은 팬이 대전의 우위를 점할 것이나, 필자는 이번 경기 무승부를 예상한다.
우선, 서울의 전술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지난 경기 서울은 그동안 사용하던 4-2-3-1 대신 4-4-2로 경기에 나섰다. 원톱 대신 투톱을 사용하며, 공격 전술의 변화를 주었다. 물론 선발 출전한 두 선수(정한민, 조영욱)의 슈팅 수는 제로(0)였다. 그러나, 변화가 필요한 타이밍에 김기동 감독이 적절한 변화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 그 변화가 어떻게 있을지 지켜봐야겠으나 공격 작업에 대한 변화가 필요함을 감지한 김기동 감독이다.
오히려 서울의 수비(김주성 - 야잔)가 최근 꾸준히 실점하며 흔들리는데, 대전의 공격력이 불을 뿜을 수도 있다. 한창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대전이기에 공격진에서는 큰 변화를 주지 않겠으나, 황선홍 감독은 상대에 따라 3백과 4백을 번갈아 사용하며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서울의 변화에 대전도 적절히 대응할지 관전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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